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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인생 영화

스플라이스 줄거리와 결말 해석(Splice)! 놀랍도록 역겨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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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라이스 대표이미지스플라이스 대표이미지


영화 스플라이스(Splice, 2009)를 본 사람들은 역겨운 영화라고 말한다. 그런 반응은 이해가 간다. 영화를 볼 때 눈에 보이는 한 컷을 보여주려한 감독의 의도에 대해 고민하면서 보는 나 또한 입에 벌레가 들어갔을 때처럼 찝찝한 느낌으로 봤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를 인생영화로 뽑을 수 밖에 없었다. 숙련된 개그맨이 이 상황에서는 어떤 말을 하면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 거라 고민하듯이 스플라이스 감독 빈세조 나탈리(Vincenzo Natali)는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낄 거라 생각하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영화로 만든 것이다!










스플라이스 예고편






스플라이스 줄거리 해석1: 인간이 창조한 생물


스플라이스 생명 창조스플라이스 생명 창조


영화 스플라이스를 이해하려면 잠깐 등장한 진저와 프레드를 주목해야 한다. 진저와 프레드는 여러 종의 DNA를 혼합해서 만든 생물로 이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까지 암시한다. 영화  스플라이스는 프레드(수컷)의 탄생부터 시작된다. 프레드가 태어나자 먼저 만들어졌던 진저(암컷)를 만나게 하는데, 둘은 보자마자 사랑을 나눈다. 


뭐,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짝짓기 대상이니까 당연하겠지.



서로 공격하는 진저와 프레드서로 공격하는 진저와 프레드


영화 중간에 진저에게서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이 감소하고 있다는 대사가 스쳐 지나가듯 나온는데, 이는 성전환을 암시하는 대사다. 그 뒤 인간이 창조한 생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자리에서 진저와 프레드를 아담과 이브로 소개하지만, 이때 진저는 이미 수컷이 되었다.


야생에서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는 경쟁자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몸싸움은 기본이고 상대방을 죽여 암컷을 차지하고 한다. 서로 수컷인 프레드와 진저는 가시를 드러내 공격하다가 서로 죽게 된다.



사랑을 나누는 진저와 프레드사랑을 나누는 진저와 프레드


첫째, 인간이 창조한 혼종 생명체는 성전환을 한다(혹은 암컷은 수컷으로 바뀐다).

둘째, 동성을 경쟁자로 인식하고 공격한다(혹은 수컷은 다른 수컷을 공격한다). 


진저와 프레드로 알 수 있는 사실을 요약하면 위와 같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위 2가지 특징은 과학자 부부인 클리브 니콜리(Adrien Brody, 애드리언 브로디)와 엘사 캐스트(Sarah Polley, 사라 폴리)가 창조한 생명체 드렌에게서도 나타난다. 성전환이 되는 생물이라니? 터무니없게 들리겠지만, 자연계에서는 성전환을 할 수 있는 생물도 존재한다(물론 구조가 단순한 생물이지만).










스플라이스 줄거리 해석2: 드렌의 탄생


드렌의 탄생드렌의 탄생


 

과학자 부부인 클리브와 엘사는 여러 종의 DNA를 결합한 혼합생명체에 인간의 DNA를 넣은 생물을 만들면 인간의 유전병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회사는 이 실험을 허락하지 않는다. 도덕적인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당장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리브와 엘사는 회사 몰래 인간의 DNA를 혼합한 생명체를 만드는 실험을 한다.


표면적으론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사실 호기심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서 클리브와 엘사는 인간복제라는 금기를 저질러 버린 것이다. 물론 엄밀히 말해 인간을 복제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DNA에가 '일부' 섞여 있는 생명체다. 클리브와 엘사는 금기를 범한 것인가? 아닌가? 이때부터 금기라고 정해놓은 선의 애매한 경계가 드러난다.



드렌을 보살펴주는 클리브와 엘사드렌을 보살펴주는 클리브와 엘사



실험을 통해 드렌이 탄생한다. 부모가 자식을 돌보듯 드렌을 보살피는 엘사와는 달리 인상을 쓰는 클리브ㅋㅋ 클리브는 드렌을 실험체로 대한다. 이러한 가족 같은 분위기 연출은 뒤에 등장할 역겨움을 위한 투자였다(천재감독). 재미있는 것은 뒤로 갈수록 클리브와 엘사가 드렌을 대하는 관계가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스플라이스 줄거리 해석3: 클리브와 엘사 부부와 드렌의 관계


임신을 거부하는 엘사임신을 거부하는 엘사


"안 가질 이유가 없잖아"

"왜냐하면 임신은 내가 하는 거니까"

"더 나빠질 것도 없잖아"


영화 스플라이스 첫 부분을 보면 클리브와 엘사는 아이 문제로 가볍게 다툰다. 클리브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지만 엘사는 '임신은 내가 하는 거'라는 핑계로 거부한다. 클리브는 '더 나빠질 것도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엘사가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드렌과 엘사드렌과 엘사



엘사가 드렌을 만들 때 사용한 인간의 DNA는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의 DNA다. 클리브가 이를 비난하며 한 대사가 "당신 집안 내력을 살펴보시지!"인데 영화에서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지만, 엘사의 엄마는 엘사를 어떤 형태로든 학대를 했고 이는 유전에 의한 정신질환 때문인 것이다.


엘사가 아이를 낳기 꺼린 진짜 이유는 자신도 엄마처럼 아이를 학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이다. 한편 그럼에도 아이를 가지고 싶었던 엘사는 자신의 DNA를 만들어 자신의 양육 태도를 실험한 것이다.



드렌과 엘사의 갈등드렌과 엘사의 갈등



영화가 끝으로 갈수록 드렌과 엘사는 자주 부딪히게 된다. 결국 드렌은 엘사를 위협하고 위협당한 엘사는 태도를 싹 바꿔 드렌을 사람(정확히는 자신의 자식)이 아닌 실험체로 대하면서 드렌의 옷을 찢어 수치심을 주고 고리를 잘라버리는 등 학대하기 시작한다.



클리브에게 안기는 드렌클리브에게 안기는 드렌



한편 반항기에 접어든 드렌과 억압하려는 엘사 사이를 클리브가 중재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드렌이 날개를 펼치면서 농장에서 탈출하려고 할 때 클리브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 되고, 드렌은 클리브에게 안긴다. 이제 드렌에게 클리브는 짝짓기 대상이라는 의미다.



클리브와 드렌의 관계클리브와 드렌의 관계



그리고 클리브와 드렌은 관계를 맺는다. 금기는 여기서 또 등장한다. 영화 처음에 가족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에 클리브와 드렌의 관계는 근친상간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물론 드렌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경우에 그렇다. 드렌이 인간이 아닌 동물이라고 한다면 이는 수간이 된다.










스플라이스 결말 해석: 드렌의 성전환


수술비 없이 성전환한 드렌수술비 없이 성전환한 드렌


"너 안에 들어간다!"


그동안 드렌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것과는 달리 영화의 마지막에 드렌든 동물에 가깝게 변한다. 특히 성전환한 드렌은 동물로써 가진 번식 욕구를 풀기 위해 엘사를 범해버린다. 클리브와 드렌의 관계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지만, 엘사와 드렌의 관계는 전혀 예측하지 못해 충격적이었다.



드렌의 짝짓기 준비드렌의 짝짓기 준비


 

드렌은 자신을 방해하려는 클리브를 죽여버린다. 앞서 말했듯이 야생에서 수컷끼리의 경쟁은 흔하디 흔한 일이다. 서로 죽이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드렌의 행동은 인간 사회에서는 처벌받아 마땅한 범죄다. 드렌이 인간이라면 말이다. 드렌이 동물이라면? 야수가 인간을 죽였다고 범죄가 될 수 있을까?


금기의 경계란 이토록 애매한 것이다.





스플라이스 한줄평


스플라이스 한줄평스플라이스 한줄평


★★★★★

놀랍도록 역겨운 영화, 감독은 천재다!


엘사는 드렌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또 실험을 반복한다. "어차피 더 나빠질 것도 없잖아요" 그리고 영화는 끝난다. 그런 일을 겪고도 또 다시 금기를 범하는 엘사의 선택이 놀랍다. 드렌의 성전환부터 마지막 장면까지의 빠른 전개는 정말 관객들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극장을 나와 집에 눕는 그 순간까지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다. 이렇게 찝찝함을 남긴 영화는 예전에도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금기란 애매한 경계선에서 인간이 느끼는 혼란을 정말 잘 표현한 영화.


by A-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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